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꾼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를 여행하던 어느날 아름드리 나무를 자르려는 농부와 마주치게 됩니다. 나무가 길을 가로막아 농사에 지장이 있다는 설명에 그는 농부를 설득하지요.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평생 나무로 인한 손해를 대신 메워주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해마다 꼬박꼬박 돈을 보내던 그가 세상을 뜨자 화가의 재단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 1928-2000).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화가이자 건축가 조각가로 활동한 전방위 예술가입니다. 빈 태생 유대인으로 미술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리로 떠나면서 본명(프리드리히 스토바서)을 ‘백 개의 흐르는 물’이란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바꿨다고 해요.

원시적인 화려한 색감과 나선형의 선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그의 작업은 2009년에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30여 년간 절친했던 페터 펨페르트씨는 훈데르트바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술회합니다. "그는 진정한 삶을 산 작가였다. 빈, 베네치아, 파리, 뉴질랜드 등에서 작업했던 그는 가는 곳마다 생태적 낙원을 꾸몄다. 나무를 심고, 살충제 대신 퇴비를 사용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꾸미는 등 자연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실천했다. 이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굳건한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통해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 건축가였어요. 그의 창의력 덕에 쓰레기소각장과 낡아빠진 아파트는 꿈이 가득 담긴 건물로 변신해 빈의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직선을 경멸하고 근대 건축의 합리주의를 거부했던 그의 철학은 건축 모형에서 엿보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양파처럼 둥근 지붕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건물이 동화나라 같이 보이죠?

그의 작품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근처 오사카 항 인근의 쓰레기 매립섬에도 있습니다. 혐오시설을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 마치 놀이 공원과도 같은 모습으로 쓰레기 처리장을 디자인한 것이지요. 훈데르트 바서의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오기 전에 이곳은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으로 가득 찬 회색 빛 버려진 섬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훈데르트 바서가 이곳을 설계 하고 나서 이곳은 슈렉의 "겁나 먼 왕국"과도 같은 꿈의 궁전이 세워졌습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의복, 주거, 사회환경, 그리고 지구까지를, 육체의 연장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의 모든 것은 나눌 수 없게 결합된 하나의 생명이었던 거죠.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은 자신의 피부와 같은 것임을 아티스트로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에게 건축이란 단순히 살기 위한 도구가 아닌 삶의 방법을 표현하는 중요한 창작 활동이었습니다.건축을 하기 위해 풀을 뽑고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파내 자연을 파괴해가며 문명을 만들어가는 건축에 대해 건축가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자연에 대해 깊은 사과를 해야 했다고 느낀 것입니다.

그의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오사카의 쓰레기 처리장은 이러한 반성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이 쓰레기 처리장의 곳곳의 창문이나 지붕에는 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으며 그의 작품에서는 직선을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훈데르트 바서는 「직선은 신을 모독한다」라고 주장하며 꾸불꾸불한 마룻바닥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다양한 페인트 색을 입히거나 모양이 제각각인 타일을 붙여 놓아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하지요. 대기와 대지에 그는 거대한 두 개의 궁전을 세워 도시의 배설물을 받아내고 다시 정화 시키고 있으며, 이 쓰레기 처리장은 자가 발전으로 전력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쓰레기 처리장 주변에는 녹지 공간을 만들어 건물의 주변에 산책길을 설치하고 나무를 심어 생물들이 숨쉬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의 배설물들을 정화시켜 자연으로, 그리고 우리 삶 속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가 설계한 또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일 헤센 지역 다름슈타트에 층별로 알록달록한 색상을 뽐내며 1000여개가 넘는 창문이 있는 나선형 건물이 있습니다. 일명 숲의 소용돌이 아파트라 불리는 이 건물은 [세상에서 가장 개성적인 아파트라 칭해지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 건물은 겉모양부터 색다르지요.

전체적으로 큰 U-자형을 그리며 점점 높아지는 건물 외관은 직선으로 이루어진 정형화된 건축물을 극도로 싫어했던 훈데르트바서의 작품관을 충실히 실현한 것입니다. 건물 내에 1000여개가 넘는 창문도 동일한 모양이 없다는 것도 이 건물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각각의 창문틀 형태와 문고리 하나하나 변화를 주어 어수선하면서도 획일화 되지 않은 독창적인 형태와 멋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총 12층 이 APT는 105 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도의 레스토랑과 칵테일 바가 구비되어 있고 숲의 소용돌이 Waldspirale 란 이름에 걸맞게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옥상은 물론 건물 곳곳에 잔디며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인공호수 그리고 운동장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1998년 착공 2000년 완공하였으나 훈데르트바서는 완공을 앞둔 2000년 2월에 타계했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동화적인 건축은 일반인들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건축가들은 그의 작품들을 유치한 장난이라고 혹평하곤 한답니다. 또 오사카 시는 쓰레기 처리장의 설계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는 점 때문에 심심치 않게 언론의 비난을 받았지요. 하지만 효율성이나 경제성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때로는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비효율적인 방식이나 물건, 제도들이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저도 기회가 되면 꼭 오사카의 쓰레기 처리장에 가볼 생각입니다. 오사카시 환경 사업국 관리과에 1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무료로 공장의 내부를 안내해 준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하실 때에 참고하세요. 훈데르트바서의 영혼이 초록빛 지구를 꿈꾸는 사람들을 방문을 환영할 것입니다. ^^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것은 한낱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훈데르트바서)”

참고문헌: 동아일보 2009년 4월 14일자 외
사진출처: 박조은 프로그래머 및 2006 National Highway Love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