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쯤 우연히 신대방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유럽여행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맥주를 만났더랬습니다. 그 맥주는 이름하야 슈무커 헤페바이젠(Schmucker Hefeweizen)!!! 예전에 독일 뮌헨에 놀러 갔을 때 마신 맥주와 너무나 흡사한 풍미를 서울에서 만나게 되어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남들은 독일 뮌헨에 놀러 가면 호프브로이하우스에 간다고들 하던데 저는 그런 교과서적인 여행이 괜스레 싫었어요. 여행 가이드북을 숙독한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독일 아저씨들이 바글바글한 역앞 선술집에 즉흥적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이드 북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말 허름한 맥주집이었는데, 현지인들이 어찌나 가득하던지요. 우연히 독일행 열차에서 만나 알게된 한국인 학생과 의기투합하여 당당하게 입장! 저희는 그곳의 유일한 여성 손님들이었고 또한 유일한 동양인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맥주를 시켰는데 우리나라 맥주와 다르게 약간 희뿌연 느낌인데 더욱 향긋하고 덜 톡쏘는 부드러운 느낌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탄산이 너무 강한 느낌의 음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맥주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다지 즐겨 마시지 않았더랬는데 독일의 그 선술집에서 만난 맥주는 제가 싫어하던 강한 탄산은 덜 갖고 있고, 선호하는 모든 특성들은 아주 환상적으로 조화시켜 놓았더라구요!! 동양인 여대생들에게 무한애정을 쏟는 독일 아쟈씨들의 관심 따위는 뒤로 한 채, 정말 끝내주게 맛있는 맥주 덕택에 당시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답니다.

서울 살때는 슈무커 헤파바이젠 때문에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자주 가곤 했는데 이제는 먼 곳으로 이사와서 가끔 그 맥주맛이 그립습니다. 병으로 구입하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병맥주로 구입할 수 있는 도매점 또는 소매점이 있다면 전용잔과 함께 꼭 사고 싶은데...ㅠ.ㅠ (사실은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을 때에 사장님께도 잔이랑 병맥주를 구입하고 싶다고 여쭈어봤는데, 그 가게에서는 생맥주만 취급하는데다 맥주잔은 판매용도 아니기에 팔 수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구요. 힝~ 아무리 멀더라도 계속 찾아 오라 이거죠!!!?) 우리가 그동안 흔히 마셨던 맥주는 원료가 보리인데 반해, 슈무커 헤파바이젠의 주원료는 '밀'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필터링을 하지 않아서 효모가 더 살아 있대요. 그래서 맛이 좀 더 부드럽고 달짝지근~ 향긋향긋. 뭐 이런가봐요.

이 맥주는 단연코 '가장' 맛있는 맥주 라는 평이 아깝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기회되시면 꼭 한번 마셔보세요. 소세지를 곁들인 슈크루트를 안주삼아 함께 드셔도 좋고, 화덕에 구운 마르게리따 피자와 함께 드셔도 환상 조합입니다! 아....문득 떠오르는 추억! 몇년 전엔 그런 적도 있었네요. 하루는 퇴근길에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러 슈무커 헤페바이젠을 시켜놓고 2층 발코니 자리에서 창밖을 보는데 하늘 귀퉁이에 무지개가 살짝 떠있는거에요. 아주 아주 차가운 잔에 담긴 끝내주는 맥주 한 잔, 그리고 하늘엔 무지개...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아주 달달하게 몽환적이고도 행복한 순간이 되었더랬죠. 맥주를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뿌옇게 먼지낀 책을 들춰보는 것처럼 잊혀져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네요. 헤헷. 주말엔 슈무커 헤페바이젠을 찾아서 동네 맥주가게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녀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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