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여고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는데요. 하루는 하교길에 한 초등학생 꼬맹이와 엄마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의 작은 틈새 사이에서 살포시 피어난 민들레를 보고서 아이가 엄마에게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엄마,엄마! 민들레는 눈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에 흙이 있는 걸 알고서 여기에 살게 되었을까?"

이 귀엽고도 황당한 질문에 엄마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호기심이 생긴 저는 귀를 쫑긋 세우고서 엄마의 대답을 들었죠.

"민들레 꽃씨는 아주 멀리서 흙을 찾아서 여행을 온거야. 그리고 이 작고 부드러운 흙에 닿았을때, 꽃씨는 알게 된거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도 되겠구나. 라고..."

너무 멋진 대답이죠? 시를 한편 듣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답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꽃씨의 여행이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는 과정과 같지 않나요? 아스팔트 틈새의 작은 흙을 만나게 되었을 때, 눈이 없는 민들레 꽃씨도 그곳이 자신의 터전임을 각성하고서 뿌리를 내린다는 것...

아스팔트로 꽉 메워진 도로에서는 이제 민들레 보는 일도 참 드물어졌어요. 옆에 있는 사진은 사진은 독일의 도르트문트 마을의 보도블록입니다. 빗물이 스며들고 푸른 잔디가 블록사이로 자라는 '생태보도블록'이라고 합니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면 지하수량이 풍부해지고 더불어 근처의 식물들이 잘 자라게 됩니다. 특히 생태보도블록은 자칫 삭막하기 쉬운 도시문화를 서정적이고 따뜻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겠지요.

들풀과 민들레가 보도블록 사이에 빼곡히 자라나는 모습, 서울의 거리에서도 꼭 보고 싶습니다. 흙과의 조우를 꿈꾸는 민들레 꽃씨의 머나먼 여행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그날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