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 적에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님께 잔소리들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초록별! 너 오늘 등교할 때 횡단보도에서 손 안 들고 건넜다면서?", "동네에서 어른들을 보면 인사를 잘 해야지!", "숙제는 미리 미리 해야지!" 등등. 어떻게 우리 엄마는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을 모두 다 알까 싶을 정도로 제 일거수 일투족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워낙 아빠를 꼭 빼닮아서 길을 가다가 "너 혹시 ***씨네 아이 아니니?!"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제 붕어빵 외모도 부모님의 스토킹(?)에 한 몫을 했으리라 봅니다. 

그 시절엔 그런 '부모님표' 가르침들이 참 성가시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내용들이 사소하지 않으며 매우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언컨대, 저희 부모님은 제게 참 훌륭한 스승님입니다. 평소의 행동가짐에 대한 부분부터 인간 관계, 직업관, 인생관까지 다양하고 진솔한 가르침을 주시니까요. 물론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소탈하고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을 해주시곤 합니다. 잘 따르지는 못할 때가 많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도록 잘 적어두어 마음에 새기고픈 욕심에 글로 적어 둡니다.

1. "쓸데없는 자랑은 삼가라": 삼가라는 것은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며,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다.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이니, 적절한 수준의 자기 홍보는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려니와, 이유없는 시샘을 불러 오기 쉽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이니, 좋은 일이 있을수록 더욱 겸손하게 행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2. "굳이 자랑을 꼭 하고 싶다면, 그 날은 반드시 네가 베풀어라": 네가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날 밥은 반드시 네가 사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남이 잘되는 건 배가 아픈 법이다. 축하 받을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베풀어야 상대방에게도 진심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다. 네가 잘되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야 한다. 작은 것을 아끼자고 괜한 시기나 질투를 사지 마라. 너의 성공을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3. "작은 나무는 큰 나무 그늘에서는 클 수 없지만, 사람은 큰 사람 옆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 옆에 있다보면, 간혹 힘든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 사람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때론 손해 보는 경우가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꿋꿋이 참고 그의 옆에서 배워라. 네가 그 사람 만큼 성장할 때까지 그가 네 곁에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4. "약게 굴지 마라": 가까운 앞날 만을 바라보고 자신에게만 이롭게 꾀를 부리는 사람은 크게 되지 못한다. 어리숙해 보일지라도, 착하고 정직한 것이 낫다. 짧게 바라보면 꾀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마치 많은 것을 얻는 양 느껴지겠지만, 그들이 얻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며 더 크고 소중한 것들을 오히려 잃게 될 것이다. 영리하면서도 선하면 가장 좋겠지만, 굳이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선한 것이 우선이다. 타인의 고통에 기반을 둔 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

5.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현재의 직업에 안주하지 말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력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과 인간 관계 면에서도 참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미리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시기는 안정된 직업과 서로 겹치는 기간이 필요하다. 하나를 끝마치고 다른 하나를 시작하려고 하지 마라. 안정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는 조급함 때문에 쓸데없이 서두르게 되어 일을 그르치게 된다.

6.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하지 마라": 사업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게 될 때에 스스로의 안목을 지나치게 믿지 마라.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주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기 때문이다.

7. "타인을 미워하는 감정에 휩싸이지 마라": 네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는다면, 그건 네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뿐이다. 네가 그를 미워한다고 해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 마음만 지치게 될 뿐이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타인을 미워하지 마라.

8. "사람들과의 교제를 즐겨라": 친구를 사귀는 것도 때로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나는 것이 때로는 귀찮다 할지라도, 만남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라. 나이가 들면 인생이 무료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 온다. 이때엔 경제력 만큼이나 친구가 절실하게 필요해질 것이다.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친구가 꼭 필요하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기쁘게 맞아주는 것,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모든 것이 교제의 일부분이다.

9. "건강을 소중히 여겨라": 평소 건강 관리에 신경 쓰고, 몸이 안 좋다고 느껴지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가라. 초기 진찰을 미루다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한 군데 병원만 가서는 안되고, 여러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10.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라": 내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하며, 외적으로도 외모에 항상 신경 쓰고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맹수의 왕 호랑이도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 가운데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섬세하게 신경써야 한다.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는 부모님 말씀을 잘 기록하여 마음 속에 새기고 기억하기 위함도 있지만, 인생을 잘 사는 비법을 가르치는 거창한 서적들에 대한 회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정말 미친듯이 사서 읽었던 자기계발서가 조금씩 싫어지더니, 이젠 그걸 읽다 보면 참 슬픈 마음이 들곤 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성공하는 XX가지 비결이라든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비법이라든가, 소위 잘나가는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주시는 자기계발서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그들이 말하는 내용 안에는 "성공을 위한 이런 이런 방법들이 있어! (= 네가 지금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건 이런 이런 방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지!)" 라는 기묘한 등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걸 모르던 때에는 그들의 방식을 모두 따르지 못하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이제 보니 단순히 제 탓 만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런 책을 지은 분들이 일부러 그렇게 적은 것은 아니겠으나 은연 중에 그분들은 용기를 준다는 명목 하에 자신을 Winner로 묘사하면서 독자를 심리적 측면에서 Loser로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물론 모든 자기계발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제가 부모님의 조언을 들을 때 편안한 이유는 이야기의 서두나 말미에는 늘 이런 말이 붙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잘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렇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엄청나게 잘난 인간이라서 건네는 말이 아니라,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내가 사랑하는 우리 딸들은 이렇게 인생을 살면 좋겠다 라는 작은 바람을 갖고 하시는 말씀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녀의 성장을 위해 진심을 다해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듣는 이의 마음에 더욱 따뜻하게 와닿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인생에 관한 훌륭한 조언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아들, 딸에게 이어지는 형태가 되나 봅니다. 성경 속의 잠언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참된 지혜의 이야기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가족끼리의 이야기이니 부모 입장에서도 거창하게 꾸밀 필요도 없고, 자녀 역시 그 이야기를 상대의 거만함으로 받아 들이기 보다는, 인생의 조언으로 마음을 열고 들을 수 있으니까요.

모든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가르침을 주십니다. 자기계발서를 이제 덮고서 부모님의 말씀에 잠시 귀기울여 보세요.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러나 오직 당신을 위해 진심을 갖고 전해주고자 하는 그분들만의 지혜가 분명 숨겨져 있으실 것입니다. 열심히 귀기울여 들으시고 제게도 그걸 이야기 해주세요. 여러분 부모님의 잠언은 어떤 내용입니까?

'Verdant Story > Verdant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재칠시 (無財七施)  (0) 2013.05.31
코치를 두라  (0) 2013.05.19
모든 부모는 그들만의 잠언을 갖고 있다!  (2) 2013.04.12
하늘색 조약돌  (0) 2012.12.26
당신은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  (0) 2012.10.31
추억의 그 길을 달리다  (0) 2012.09.23